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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한걸음더]국립트라우마센터 개관 연기

(앵커)
국가폭력을 당한 시민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정부가 기존에 운영되던 
광주 트라우마 센터를 국립으로 승격시켰는데, 

벌써부터 무늬만 국립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초 5.18에 맞춰 이번 달 개관하려던 일정도
맞추지 못하게 됐습니다. 

[한걸음더] 집중 취재 먼저 천홍희 기자입니다.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김황영씨는
44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을 꿉니다. 

계엄군에게 끌려가 
맞은 기억들을 떠올리기만 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와 불안이 올라온다는 겁니다.

* 김황영 / 광주트라우마센터 이용자
"(5.18 당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머리가 아프고
쪼개지고 불안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저도 트라우마 센터를 안 나온 날은 수면제를 먹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자야 되거든요."

일주일에 네 번   
광주 트라우마 센터를 이용해온 김 씨는 
다음 달부터 센터를 이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새로운 트라우마 센터를 열기로 하면서
기존 센터 운영을 이번 달로 종료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개관 날짜를 한 달 이상 늦추면서 
시민들이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공백 기간이 생긴 겁니다. 

이번 달 문을 열 예정이었던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는
인력 채용과 내부 공사 등을 이유로 
오는 7월달로 개관을 늦췄습니다.

정부는 신규 센터의 
예산과 인력도 줄였습니다.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가 의뢰한 연구에서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국가폭력 희생자가 많은 만큼, 

인력 61명과 연간 6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하지만 올해 센터에 배정된
인력과 예산은 
10여 명과 16억 원으로 
연구 결과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이 예산의 절반은 
광주시가 직접 부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던
트라우마 센터가 국립으로 승격돼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운영이 기대됐지만,

배정된 예산과 인력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면서
무늬만 국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명권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국립인데 어떻게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그건 온전한 국립이 아니다, 그래서 반쪽의 국립 또는
무늬만 국립이라는 얘기들이 지금 회자되고 있지 않는가.."

광주시는 일단 센터 문을 여는 게
급하다고 판단해  
예산 절반을 부담했다고 밝혔지만, 

전 국민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내년에는 100% 국비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
"전국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국가 전액 국비로 지원해달라라고 하는 것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지원을 요청드릴 계획이고.."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운영 성과에 따라 
인력과 예산 규모를 확대하고, 

국비 분담 비율을 높이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립으로 승격된 트라우마 센터가 
내실 있게 운영될지  
벌써부터 지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천홍희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시민 담당

“사실을 찾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