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516_오월은 늘 처음으로 돌아가는 계절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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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오월은 늘 처음으로 돌아가는 계절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수많은 추모객들이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 오월입니다. 민주묘지의 오른쪽 가장자리 1구역 10묘역은 행방불명자 묘역입니다. 오월 영령들을 모신 다른 봉분 앞에는 ‘누구누구의 묘’라는 비석이 있고 뒤쪽엔 이런 저런 사연이 새겨져 있지만, 이곳의 68기 봉분 앞에는 ‘누구누구의 령’이라고 새긴 빗돌이 서 있습니다.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모셨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서는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치열한 현재 진행형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돌아올 줄 알고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렸는데 정말 갔느냐 막둥아 지금 어디에 있느냐 어머니 부르며 오는 것만 같구나” (최종문의 령)

“무등을 오르는 사람들이 너의 조객들이구나. 옥환아, 이제 나오너라. 이 땅에 일어나 말하여라. 암매장된 너의 육신을 깃발처럼 흔들며 천둥번개로 말하여라.” (임옥환의 령)

“장하다! 총칼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다 간 한 많은 세상을 마감한 인생, 너의 유골을 꼭 찾으리라.” (김재영의 령)

빗돌에 적힌 글들에는 피붙이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한 유족들의 피눈물이 괴어있습니다. 가족들은 산 자를 기다리던 마음을 서서히 죽이고 머리카락 한줌, 뼛조각일망정 명징한 죽음의 흔적을 갈망하는 마음을 무장 살리는 가혹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망월동산에 줄을 잇는 추모객들의 발길조차 비껴가기 십상인 ‘령들의 묏동’에는 정지된 시간 속에 짙푸른 슬픔만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망월동 구묘역 입구에도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얼굴 사진을 유리 진열장 안에 붙여놓았습니다. 이제는 눈코입의 윤곽도 흐릿해지고 이름과 주소를 적은 글자들이 뭉개질 정도로 빛바랬습니다. 교복차림 학생부터 한복 입은 어린 아이 돌 사진까지, 사진 속 주인공들은 종적을 알 길 없어 ‘령’이 되었지만 분명 살아서 숨 쉬던 아름다운 생명이었습니다. 학살자의 뻔뻔한 거짓말은 39년 동안 요지부동이고 가족들은 암매장이 의심되는 곳을 찾아 애가 타도록 땅을 파고 사방팔방 흙을 헤집다가 끝내 허탈한 눈물바람으로 돌아서곤 했습니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누군가를 향한 하염없는 기다림, 그리움과 보고픔을 다독이며 뜬눈으로 지새운 밤은 얼마였겠습니까. 행방불명자 묘역에 서면, 오월이란 처음 그 자리로 돌아가 다시 힘차게 첫 발을 떼야하는 출발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